“배는 배인데 왜 이렇게 특별할까?”
처음 LNG선을 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화물 자체였다.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를 싣고,
벌크선은 철광석이나 석탄을 싣고,
유조선은 원유를 싣는다.
그런데 LNG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운송한다.
처음에는 그냥 가스를 운반하는 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선 생활을 하면서 LNG선은 일반 상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LNG란 무엇인가?
LNG는 Liquefied Natural Gas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액화천연가스라고 부른다.
천연가스를 약 -163℃까지 냉각하면 액체 상태로 변하게 된다.
(실제로는 methane 화물 성상에 따라 온도가 차이날 수는 있다)
이렇게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약 6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선박에 실어 전 세계로 운송할 수 있다.
만약 LNG 기술이 없었다면
카타르의 가스를 한국으로,
미국의 가스를 일본으로,
호주의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LNG선은 왜 비쌀까?
LNG선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선 중 하나다.
일반 벌크선이나 탱커보다 훨씬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물창 내부 온도는 약 -162℃를 유지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온도가 올라가면 LNG가 다시 기체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LNG선에는
- 화물창 단열 시스템
- 재액화 장치
- 가스 연료 시스템
- 비상 차단 시스템
등이 설치된다.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점은,
LNG선은 단순한 운송선이 아니라 거대한 플랜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압력에 대한 제어가 필수이므로, 압력제어를 주 업무로 하는
화물기관사가 있다. 화물 기관사는 일항사 (chief officer)를 도와서 일을 한다.
그럼, 전 세계 LNG 시장은 얼마나 클까?
생각보다 훨씬 크다.
2024년 전 세계 LNG 교역량은 약 4억 1천만 톤을 넘어섰다.
그리고 현재도
- 미국
- 카타르
- 호주
가 주요 수출국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 중국
- 일본
- 한국
은 대표적인 수입국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카타르를 중심으로 대규모 LNG 생산설비가 계속 건설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 능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왜 LNG가 중요할까?
한국은 산유국이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LNG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세계 최대 LNG 수입 기업 중 하나이며 전국 천연가스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 도시가스
- 난방
- 발전소 연료
상당 부분이 LNG에서 시작된다.
겨울철에 집에서 보일러를 켜는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LNG선이 한국을 향해 항해하고 있는 셈이다.
LNG는 친환경 에너지일까?
승선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정답은 “상대적으로 그렇다”이다.
석탄이나 중유와 비교하면 LNG는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는 국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 원자력 확대
- 태양광 증가
- 풍력 발전 증가
등의 영향으로 LNG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는 LNG 사용 비중을 일부 줄이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LNG선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까?
이 질문은 선원들끼리도 자주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의견이 갈린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재생에너지 때문에 LNG 시대가 끝난다.”
고 말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직 수십 년은 LNG가 필요하다.”
고 말한다.
실제로 글로벌 LNG 거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문제로 인해 LNG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AI 산업,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도 천연가스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 조선업과 LNG선
LNG선 이야기를 하면 한국 조선업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세계 LNG선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LNG선 상당수가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되었으며, LNG선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신조 발주가 엄청 많아서 조선 호황 중이다.
LNG선은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그래서 조선소 입장에서는 상당히 환영할 선박이다.
BUT…. 화물창기술을 수입해오므로 순수 마진을 생각보다 크지않다 ..ㅠㅠ
LNG선 기관사로 일하며 느낀 점
10년 넘게 LNG선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LNG가 단순한 화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전기,
한국의 난방,
한국의 산업,
그리고 국가 에너지 안보까지 연결되어 있다.
뉴스에서는 LNG 가격이 올랐다거나 가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바다 위에서는 수많은 LNG선들이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선박들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며
LNG선은 단순히 가스를 운반하는 배가 아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관사 생활을 하면서 LNG선은 단순한 직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창이라는 생각이 든다.